티스토리 뷰
목차
6개월마다 부인과 검진을 받으면 난소암은 걱정 없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의 강의를 접하고 나서, 그 믿음이 상당 부분 흔들렸습니다. 1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정기 검진을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 사이에 난소암 사망률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챙기면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안심이, 사실은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검진한계, 정기 검진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저는 6개월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꼬박꼬박 받아 왔습니다. 그 나름의 성실함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의학적으로 난소암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 검사는 아직까지 일반 여성에게 효과적이라고 객관적으로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입니다.
그 이유는 난소암의 진행 속도에 있습니다. 실제 동물 실험에서 암세포를 주입한 지 불과 4주 만에 약 70%에서 복막 파종, 즉 암세포가 복강 안쪽 표면 전체로 퍼지는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복막 파종이란 암세포가 뱃속의 복막이라는 얇은 막 위로 씨가 뿌려지듯 퍼져 나가는 상태를 뜻합니다. 3개월 전에 검진을 받고도 이미 3기가 된 채 병원에 오는 분들이 있는 것도, 검진을 소홀히 해서가 아니라 암 자체가 그만큼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코호트 연구(출처: The Lancet)는 120만 명을 대상으로 CA-125 수치 검사와 초음파를 매년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CA-125란 난소암이 있을 때 혈액에서 증가하는 단백질 수치로, 난소암의 대표적인 종양 표지자입니다. 2011년 1차 발표 때는 검진 그룹의 사망률이 낮게 나왔지만, 9년 후인 2020년 최종 발표에서는 두 그룹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검진이 아무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난소 물혹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다른 부인과 질환을 발견하는 데는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만 난소암 사망률을 낮추겠다는 목적 하나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효과를 단언할 수 없습니다.
치료 전략, 수술과 항암 중 무엇이 먼저일까
난소암 환자의 80%는 이미 암세포가 복강 전반에 퍼진 3기 또는 4기 상태로 처음 병원을 찾습니다. 복강 내 암세포가 뱃속의 복수를 타고 시계 방향으로 순환하면서 횡격막, 간신장와, 자궁하와 등 중력에 의해 낮게 위치한 곳마다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난소암 수술은 단순히 난소만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복막 위 종양을 최대한 걷어내는 종양 감축 수술이 핵심이 됩니다. 여기서 종양 감축 수술이란 암의 원발 부위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복강 전체를 열고 파종된 종양 조직을 낱낱이 박리·절제하는 광범위한 수술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먼저 하고 항암 치료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강의를 보며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2011년 이후 국제적으로 4건의 임상시험 결과가 동시에 나왔는데, 선행 항암 요법, 즉 항암 치료를 먼저 수행한 뒤 종양이 줄어든 상태에서 수술하는 방식과 기존의 수술 선행 방식 사이에 생존율 차이가 없다는 결과였습니다. 안전성 면에서는 오히려 선행 항암 요법 쪽이 유리하다고 나왔고, 현재 임상에서는 이 방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논란이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닙니다. 수술 범위와 약물 조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환자마다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어떤 치료든 "이 방법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확신은 위험하더라고요. 수술과 약물, 그리고 두 방법의 타이밍을 환자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표적치료제의 득과 실의 현실
난소암 약물 치료에서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베바시주맙과 PARP 억제제입니다. 베바시주맙은 종양이 혈관을 새로 만들어 영양분을 끌어오는 것을 막는 혈관 생성 억제제로, 국내에서는 아바스틴이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PARP 억제제는 암세포의 DNA 손상 복구 단백질인 PARP를 차단하여 암세포가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약입니다. 쉽게 말해, 베바시주맙은 "굶기는 전략", PARP 억제제는 "회복을 막는 전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PARP 억제제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BRCA 유전자란 DNA 손상을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로,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유방 절제 수술을 결정할 때 언급되었던 바로 그 유전자입니다(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그런데 강의에서 제가 가장 눈을 크게 뜨고 본 부분은 부작용 사례였습니다. 베바시주맙의 경우 0.3~2.5%에서 장 파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광과 장이 개통되어 변이 새는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 수술로 막아야 했던 환자 사례가 소개되었는데, 이건 강의 자료로 본 것임에도 꽤 충격이었습니다. PARP 억제제 역시 약 1% 내외에서 이차 혈액암인 급성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7년을 복용하며 CT상 깨끗하게 유지되던 환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3개월 만에 사망한 경우였습니다.
아래는 현재 난소암에 사용되는 주요 약물 분류입니다.
- 베바시주맙(아바스틴): 혈관 생성 억제제, 정맥 주사형. 주요 부작용으로 장 천공 위험
- PARP 억제제(올라파립 등): DNA 복구 차단, 경구 복용형. 장기 복용 시 이차 혈액암 위험
- 면역관문 억제제(키트루다 등): 암세포를 면역계가 인식하게 만드는 약. 난소암에서의 반응률은 다른 암종에 비해 다소 낮음
- 항체 약물 접합체(ADC, 엘라히어 등): 항체에 약물을 접합시켜 암세포 안으로 직접 전달. 국내는 현재 임상시험 단계
약이 좋다는 것과 모든 환자에게 써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이 강의를 보고 가장 크게 느낀 건, "신약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써야 한다"는 접근보다 득과 실을 같이 따져줄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최신 치료의 현재, HIPEC과 PIPAC
요즘 난소암 환우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치료가 HIPEC(하이팩)입니다. HIPEC이란 종양 감축 수술을 마친 직후 복강 안에 42~43도의 고온 항암제 용액을 약 1시간 30분 동안 순환시키는 온열 항암 요법을 의미합니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발표된 연구들이 무진행 생존율과 전체 생존율을 모두 향상시켰다는 결과를 내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한 가지 짚어봐야 했던 점이 있습니다. HIPEC 관련 임상시험의 대부분에서 베바시주맙이나 PARP 억제제 같은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환자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은 곧 표적치료제를 병행하는 현재의 표준 치료 환경에서 HIPEC이 추가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데이터가 없다는 뜻입니다. "하이팩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먼저 들고 오는 환자분들이 많다는데, 일단 좋다는 정보를 접하면 그게 내 상황에도 맞는 건지 검증하기 전에 기대부터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데이터를 꼼꼼히 읽어보면 어떤 조건의 환자에게, 어떤 치료와 함께였을 때 효과가 났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PIPAC(파이팩)은 국내에 아직 공인 도입이 되지 않은 치료입니다. PIPAC이란 복강경을 삽입한 뒤 항암제를 에어로졸, 즉 미세 입자 형태로 고압 분사하여 복막 파종 부위에 직접 흡수시키는 방법입니다.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기존의 모든 치료가 끝난 뒤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완화 치료에 강점이 있습니다. 6주에 한 번 짧은 시술만 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공격적인 치료가 어려운 단계의 환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약물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노즐을 회전시키는 방식을 개발 중이며, 빠르면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난소암은 초음파나 CA-125 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한가요?
A. 일반적으로 정기 검진이 난소암을 막아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국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CA-125와 초음파를 매년 받아도 사망률 감소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난소암은 진행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검진 시점에 정상이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의에게 상담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Q.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난소암 위험이 높아지나요?
A. 네,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의 상당수가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BRCA 변이를 가진 분들은 전문의와 상의하여 예방적 나팔관 절제 또는 난소 절제 수술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미 출산을 마친 경우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난소암 재발 후 6개월 기준이 왜 중요한가요?
A. 마지막 백금 항암제 투여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하면 백금 저항성, 6개월 이후에 재발하면 백금 민감성으로 분류합니다. 이 구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과 예후가 크게 달라집니다. 6개월 이상의 백금 민감성 재발은 다양한 약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고, 6개월 미만의 저항성 재발은 항암제 반응률이 10% 이하로 매우 낮아 임상시험 참여가 권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하이팩(HIPEC)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인가요?
A. 현재 HIPEC은 생존율 향상 데이터가 있지만, 표적치료제를 병용한 환자 데이터가 부족하여 모든 환자에게 권고하기는 어렵습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 현재 사용 중인 약물, 재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담당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해야 합니다.
결론
이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난소암 앞에서 어떤 단일한 치료법이 "정답"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 선행 항암 요법, 표적치료제, HIPEC, PIPAC 모두 각각의 근거가 있지만 어떤 조합이 이 환자에게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가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정기 검진을 열심히 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수술하면 된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BRCA 유전자 검사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현실적인 첫 발걸음입니다. 그리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술 실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신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과 수술의 조합을 개인 상황에 맞게 설계할 수 있는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도 부인과 검진을 꾸준히 할 것이지만, 이제는 그 검진의 의미와 한계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면서 받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