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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이면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님의 강연을 보게 됐고, 그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책을 빌렸습니다. 뇌졸중이란 게 '갑자기 쓰러지면 끝'이 아니라, 살아남은 뒤가 더 힘든 병이라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위험인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비슷한 종류의 병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습니다. 둘 다 갑자기 쓰러지는 거고, 응급처치를 못 받으면 사망한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뇌졸중(腦卒中)이란 외상 없이 뇌혈관이 자발적으로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외상을 제외한 혈관 문제'라는 점입니다. 넘어지거나 다쳐서 뇌가 손상된 것은 뇌졸중이 아닙니다. 크게 두 갈래인데,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책을 읽으며 놀란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뇌경색만 해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큰 동맥에 죽상경화증(粥狀硬化症), 즉 동맥 안쪽에 기름 찌꺼기가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이 생긴 경우입니다. 둘째는 뇌 속 작은 혈관인 소동맥이 변성되어 막히는 소동맥 경화증, 셋째는 심장에서 혈전, 쉽게 말해 핏덩어리가 떨어져나와 뇌혈관을 막는 심인성 뇌졸중입니다. 뇌출혈도 뇌 실질 속에서 작은 혈관이 터지는 뇌실질 출혈과, 뇌를 감싸는 막 아래 공간에서 큰 혈관이 터지는 지주막하 출혈로 구분됩니다.
특히 지주막하 출혈의 3개월 사망률이 40~50%에 달한다는 통계는 (출처: WHO 뇌졸중 팩트시트)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제가 막연하게 알던 것과 실제 사실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컸다는 게 무서웠습니다.
골든아워, 숫자보다 원리가 중요
'골든타임' 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히 왜 그 시간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셨나요? 저는 그냥 '빨리 가야 산다'는 식으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과 강연을 통해 그 생물학적 근거를 알고 나니, 이 시간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혈관이 막히면 그 혈관이 공급하던 뇌 세포들이 즉시 전부 죽는 것이 아닙니다. 중심부는 빠르게 죽지만, 주변부인 반음영(penumbra) 영역은 다른 혈관에서 약간의 혈류를 공급받아 '죽어가는 중'인 상태로 버팁니다. 여기서 반음영이란 완전히 괴사하지는 않았지만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경계 구역으로, 이 세포들을 살리는 것이 응급 치료의 핵심입니다.
큰 혈관이 막힌 경우 치료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정맥으로 혈전 용해제를 주입하는 방법은 발병 후 4시간 30분 이내, 직접 혈관에 도구를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제거술은 6시간 이내가 기준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반음영 세포들이 대부분 괴사해버리기 때문에, 혈관을 열어도 회복 가능한 뇌 조직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골든아워'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더 놀란 것은 회복의 원리였습니다. 뇌의 가소성(plasticity), 즉 뇌가 손상된 기능을 주변 신경세포들이 대신 떠맡도록 스스로 재편성하는 능력 덕분에, 살아남은 세포들이 손상된 영역의 역할을 배워나갑니다. 이것이 재활 치료의 생물학적 근거입니다. 발병 후 3~6개월이 이 재편성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뇌졸중 환자의 예후를 통계로 보면 이렇습니다.
- 25%: 이전과 동일하게 회복, 뇌졸중 환자임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
- 25%: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본인이 약간의 불편함을 인식하는 수준
- 25%: 타인도 알아볼 수 있는 장애가 남지만 활동은 가능
- 25%: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
절반은 큰 문제 없이 회복된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제가 이 수치를 보고 든 생각은, '아, 이건 치료를 잘 받는 것보다 애초에 안 걸리는 게 답이구나'였습니다. (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생활습관이 곧 예방
뇌졸중이 유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혹시 계신가요? 저도 솔직히 부모님 중 한 분이 혈압이 높으시니까,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승훈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뇌졸중 발생의 90~95%는 생활습관에서 비롯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과음, 비만, 심방세동(心房細動) 같은 위험인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혈관을 조금씩 망가뜨리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막히거나 터지는 겁니다. 여기서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윗부분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 안에 혈전이 생겨 뇌로 날아갈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고혈압, 당뇨 같은 위험인자는 유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졸중 자체가 유전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험인자를 조기에 인지하고 조절하면 혈관 변성 자체를 차단할 수 있고, 그러면 뇌졸중은 생기지 않습니다.
특히 고혈압 이야기가 제게는 와 닿았습니다.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주변 조직 없이 혈관 자체가 물과 비슷한 밀도의 뇌 조직을 지탱하고 있어서, 높은 혈압에 가장 먼저 손상되는 장기입니다. 혈압 수치가 높은데도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는 사이, 뇌혈관은 조금씩 변성되어 갑니다. 생활 습관 교정을 6개월 정도 성실하게 해보고 그래도 혈압이 잡히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를 시작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뇌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책에는 0단계부터 3단계까지 자신의 위험도를 스스로 점검하고 단계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습니다. 0단계는 50세 미만에 주요 위험인자가 없는 상태, 3단계는 이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경험한 상태입니다. 제가 직접 점검해보니 1단계였는데, 50세가 넘으면 위험인자 유무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1단계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각심을 주더라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뇌졸중 전조 증상이 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갑작스러운 편측 마비, 언어 장애(말이 어눌해지거나 말을 못 알아들음), 한쪽 시야가 갑자기 안 보이는 증상, 심한 어지럼증과 보행 장애가 대표적입니다. 이 증상들이 수 분 내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일과성 뇌허혈 발작일 수 있어 반드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Q. 30~40대도 뇌졸중이 올 수 있나요?
A. 올 수 있습니다. 최근 20~30대에서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흡연, 비만으로 인한 동맥경화성 뇌졸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0대 초반 환자가 하루 두 갑 흡연과 고도비만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오히려 더 일찍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뇌출혈은 뇌경색보다 무조건 더 위험한가요?
A.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뇌출혈의 예후가 더 나쁜 편입니다. 뇌 조직이 물과 비슷한 밀도라 출혈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계속 손상 범위가 커지고, 딱딱한 두개골 안에 갇혀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뇌실질 출혈의 3개월 사망률은 약 20%, 지주막하 출혈은 40~50%에 달합니다. 반면 뇌경색도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사망률이 5%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Q. 부모님이 고혈압이면 저도 뇌졸중이 생기는 건가요?
A. 고혈압 같은 위험인자는 유전될 수 있지만, 뇌졸중 자체가 유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인자를 일찍 인지하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꾸준히 관리하면 뇌혈관 변성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오히려 더 일찍 검진을 받고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책을 다 읽고 나서 제가 느낀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안도감이었습니다. 뇌졸중은 무작위로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혈관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의 방향을 바꿀 시간이 아직 제게는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처럼 아직 30~40대이고 주변에 환자가 없어서 뇌졸중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셨던 분들이라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 중 본인에게 해당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게 이미 신호입니다. 짧고 굵게 끝나지 않는 병이라는 말, 한 번쯤 진지하게 새겨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