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공복 혈당이 110 mg/dL까지 올라갔을 때, 솔직히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수치가 몇 달째 이어지자 점점 찜찜해지기 시작했고, 가족 중에 당뇨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가 병 자체가 아니라 합병증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왜 생기는 건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건지는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당뇨는 왜 생기는 걸까
당뇨병의 원인을 설명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잘 안 열어주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장에서 완전히 분해되어 포도당(glucose) 형태로 혈액에 들어옵니다. 이 포도당은 세포의 연료인데, 혼자서는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반드시 인슐린이 신호를 줘야 글루트 4(GLUT-4)라는 통로가 열립니다. 글루트 4란 포도당이 근육 세포나 지방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용 수송 채널로, 인슐린이 세포 표면 수용체에 결합해야만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체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세포 내부에 지방이 늘어나고, 인슐린 신호가 세포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신호 전달 경로가 방해를 받으니 글루트 4가 충분히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혈액 안에는 포도당도, 인슐린도 동시에 쌓이게 됩니다. 당뇨 환자의 혈액을 검사해보면 인슐린 수치와 혈당 수치가 함께 높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아, 살이 문제구나"였습니다. 비만과 포도당이 직접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지방 세포가 늘어나면 인슐린 신호 체계 자체가 무너진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서구권에 비해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아서, 같은 양을 먹어도 당뇨가 더 쉽게 발생합니다. 실제로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서구권 주요 국가를 웃도는 수준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당뇨 치료제의 원리도 이 구조에서 출발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약물은 메트포민(metformin)입니다. 메트포민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으로,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다시 잘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체중 감량과 비슷한 방향의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반면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 계열 약물은 췌장 베타세포를 직접 자극해 인슐린을 강제로 분비시키는 방식인데, 무조건적으로 혈당을 낮추다 보니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치료 선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인슐린 저항성 증가 → 글루트 4(GLUT-4) 통로 개방 불량 → 혈당과 인슐린 동시 상승
- 메트포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1차 치료제, 저혈당 위험 낮음
- 설포닐유레아: 췌장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 저혈당 위험 높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함
- 인슐린 주사: 췌장 기능을 대체하는 최후 수단으로, 가급적 초기 단계에서 막아야 함
당뇨 관리와 합병증 예방, 제가 직접 해본 방법
공복혈당(fasting blood glucose)은 최소 8시간 이상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입니다. 정상 범위는 100 mg/dL 미만이고, 126 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합니다. 저는 한동안 98~110 mg/dL 사이를 오갔습니다. 당뇨 전단계(pre-diabetes)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당뇨 전단계란 정상 혈당과 당뇨 사이의 경계 상태로, 방치하면 당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관리하면 되돌릴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몇 달째 같은 수치가 나오자 진짜로 정신을 차렸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한 건 집에 있던 과자를 전부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야식으로 라면이나 치킨을 먹는 날도 있었지만, 사실 더 자주 손이 갔던 건 자잘한 과자들이었거든요. 그게 없어지니 야간 혈당 스파이크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다음은 방 한쪽에 먼지 쌓이던 실내 자전거를 꺼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버텼더니 어느 순간부터 몸이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타지 않으면 찜찜한 느낌이 생겼습니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근육 세포가 포도당을 소비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근육을 쓸수록 글루트 4 통로가 더 활발하게 열리고, 혈당이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식단은 극단적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채식만 해야 한다거나 고기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접근했습니다. 단백질 위주로 먹고 탄수화물과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방향이었습니다.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있어서 집에서 요리할 때는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쓰고, 음료는 액상 과당이 없는 블랙커피나 차로 대체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몇 달 만에 공복혈당이 100 mg/dL 이하로 내려왔습니다.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도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신장 투석, 말초 괴사, 시신경 손상 같은 당뇨 합병증은 사실 당뇨 자체보다 오랜 기간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혈당을 적정 범위에서 유지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면 합병증 없이 수십 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제 가족이 바로 그 방향으로 관리 중이고, 저도 그 옆에서 같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뇨 전단계인데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당뇨 전단계는 식단 조절과 운동만으로도 정상 혈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간입니다. 저도 약 없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공복혈당을 정상 범위로 낮췄습니다. 다만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거나 다른 위험 요인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서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당뇨 걸리면 고기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A. 채식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반대입니다. 탄수화물과 단순당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먹는 것이 혈당 관리에 유리합니다. 고기보다 밥이나 면, 단 음식이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립니다.
Q. 살을 빼면 당뇨가 정말 없어지나요?
A. 비만으로 인해 생긴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이라면, 체중 감량만으로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세포 내 지방이 줄면 인슐린 신호 전달이 다시 원활해지기 때문입니다. 단, 이미 췌장 베타세포가 많이 손상된 경우라면 살을 빼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당뇨가 더 심해진 건가요?
A. 인슐린 주사는 췌장 베타세포가 더 이상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초기에 메트포민 등 경구약과 생활 습관 관리를 잘 유지하면 인슐린 주사까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슐린 치료 단계에 이르지 않도록 초기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론
당뇨병은 진단을 받는 순간 무너지는 병이 아닙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내가 뭘 해야 할지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쓰고, 탄수화물과 단순당을 줄이는 것. 이 세 가지가 글루트 4 통로를 다시 원활하게 열어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저처럼 당뇨 전단계 수치가 나왔다면 지금이 관리를 시작할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극단적인 식단보다는 야식 줄이기, 꾸준한 유산소 운동, 단백질 위주 식사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합병증은 무섭지만,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면 당뇨는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병입니다. 저도 아직 관리 중이고,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