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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아버지가 망막박리 수술을 받으실 때까지 이 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눈 수술이겠지 싶었는데, 나중에 제대로 알고 보니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질환이었습니다. 망막박리는 눈 안쪽 벽을 덮고 있는 얇은 필름, 즉 망막이 벽에서 떨어져 나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각세포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을 미리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버지의 경험, 사실은 꽤 위험했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지방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수술을 하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부모님께서 크게 말씀을 안 하셔서 저도 금방 낫는 간단한 수술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관련 의학 정보를 제대로 찾아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긴장되는 상황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50대 초반에 한쪽 눈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경험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증상을 노안이나 피로 탓으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망막에 구멍이 생긴 망막열공(網膜裂孔)이 원인이었습니다. 여기서 망막열공이란 눈 안쪽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 찢어진 구멍이 생긴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구멍을 통해 안쪽의 액체가 스며들면 망막이 벽에서 통째로 들뜨기 시작합니다.
수술 후에는 한동안 눈을 가리고 다니셨고, 보호용 안경까지 착용하셨습니다. 평생 안경 없이 사셨던 분이 보호대를 쓰고 조심조심 다니시는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제가 좀 더 빨리 달려가서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싶어 마음이 쓰입니다. 일반적으로 망막박리는 나이 들면 으레 생기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병은 발견 시점과 수술 속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증상과 원인, 알고 보니 구조가 명확했습니다
망막박리 환자들이 가장 먼저 호소하는 증상은 시야 한쪽에서 검은 커튼이 내려오거나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구멍이 눈알의 위쪽에 생기면 중력 때문에 액체가 빠르게 아래로 흘러내려 아래쪽 시야가 급속도로 가려집니다. 반대로 아래쪽에 구멍이 생기면 위쪽 시야가 아주 천천히 며칠에 걸쳐 막혀오기 때문에 본인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자료를 확인하면서 이 위치 차이 하나가 증상 진행 속도를 이렇게 갈라놓는다는 점이 꽤 놀라웠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면, 눈 속을 채우고 있는 젤리 형태의 조직인 유리체(玻璃體)가 핵심에 있습니다. 유리체란 눈 내부를 투명하게 채우고 있는 겔 형태의 물질로, 망막과 단단하게 붙어 있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40대 이후 노화가 시작되면 이 젤리가 점점 물로 변하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망막에 닻처럼 박혀 있던 유리체 섬유가 하나둘 뽑히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후유리체박리(後玻璃體剝離)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젤리가 망막 표면에서 서서히 분리되는 현상입니다. 이때 망막이 원래부터 얇아져 있는 격자 변성 부위가 있다면, 섬유가 뽑히는 힘에 의해 구멍이 생길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눈앞에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이 떠다니는 비문증(飛蚊症)도 이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비문증이란 유리체가 녹으면서 생긴 찌꺼기 덩어리가 망막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현상입니다. 여기에 번쩍거리는 빛이 보이는 광시증(光視症)까지 동반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광시증은 유리체가 망막에서 떨어질 때 망막이 물리적으로 자극을 받아 빛이 번쩍이듯 느껴지는 증상입니다. 40대에 이 두 증상이 처음 생겼다면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망막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근시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특히 안경 도수 6디옵터 이상의 고도 근시는 안구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상태로, 망막이 억지로 늘어나 얇아지거나 격자 변성이 생기기 쉽습니다. 망막박리는 인구 1만 명당 1~2명꼴로 발생하며, 국내 기준 연간 약 1,500~2,500명이 진단을 받습니다(출처: 대한안과학회). 고도 근시인 분이라면 40대 이전이라도 이 숫자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 비문증: 유리체 찌꺼기가 망막에 그림자를 드리워 검은 점·실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
- 광시증: 유리체가 망막에서 분리될 때 망막이 자극되어 번쩍이는 빛이 보이는 증상. 동반 시 특히 위험
- 후유리체박리: 노화로 유리체 부피가 줄면서 망막에서 분리되는 현상. 망막열공의 주된 선행 과정
- 격자 변성: 고도 근시로 인해 망막이 격자 모양으로 얇아진 상태. 구멍이 생길 위험 높음
예방과 관리, 아버지 일을 겪고 나서 바뀐 것들
아버지께서 수술하셨을 때 저는 솔직히 검진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눈이 안 보이거나 뭔가 불편해야 안과를 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망막에 구멍이 있어도 위치에 따라 본인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 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수술법이 사용됩니다. 첫 번째는 공막돌륭술(버클링, Buckling)로, 눈 바깥쪽에 얇은 스펀지 밴드를 둘러 조여서 찢어진 망막 부위를 안쪽으로 밀어 붙이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눈 바깥에서 벽지를 벽 쪽으로 밀어주는 수술입니다. 구멍 주변을 냉동 치료로 얼려 흉터를 만들어 단단하게 고착시키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이 방법으로 약 80%는 해결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Vitrectomy)을 시행합니다. 유리체절제술이란 눈 안쪽에 가느다란 관을 세 군데 삽입해 끈적한 유리체를 완전히 제거하고, 망막 뒤에 고인 액체를 빼낸 뒤 가스를 채워 망막을 다시 벽에 밀착시키는 수술입니다. 이후 환자는 1~2주간 엎드린 자세를 유지해야 가스가 망막을 효과적으로 압박해 흉터가 자리를 잡습니다. 아버지께서 수술 후 한동안 엎드려 계셨던 것도 이 과정이었을 것이라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예방을 위해 제가 실질적으로 바꾼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20대에 한 번, 40대에 한 번은 안과 정밀 검진을 받아 망막 변성이나 구멍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저도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이번을 계기로 검진 일정을 잡았습니다. 눈을 부딪혔을 때도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야 하는데, 외상 직후가 아닌 수개월 후에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에서도 외상 후 6개월 이내 발생한 경우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생활 습관 면에서는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착용, 금연, 절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 줄이기, 규칙적인 운동, 채소와 과일 섭취, 그리고 충분한 수면이 망막 혈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눈 건강은 식습관과 별 관계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망막은 우리 몸에서 가장 미세한 혈관이 밀집된 조직이기 때문에 혈관 건강이 곧 망막 건강입니다. 제 경험상 이걸 모르고 지나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문증이 있으면 무조건 망막박리로 가나요?
A. 비문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망막박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40대 이후 처음 비문증이 생겼거나, 광시증(번쩍이는 빛)이 함께 나타난다면 망막열공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냥 두면 괜찮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찾아본 바로는 구멍 위치에 따라 자각 없이 진행될 수 있어 확인이 필수입니다.
Q. 망막박리 수술 후 시력은 완전히 회복되나요?
A. 시력 회복 정도는 황반(중심 시각을 담당하는 0.5mm 크기의 핵심 부위)이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주변 망막만 찢어진 경우라면 수술 후 시력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황반까지 박리가 진행됐다면 수술 후에도 시력 저하가 남을 수 있어, 빠른 수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Q. 라식·라섹 수술 받으면 망막박리 위험이 높아지나요?
A. 라식·라섹 자체가 망막박리를 직접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라식·라섹을 받는 분들은 대부분 근시이고, 검사 과정에서 망막 변성이나 격자 변성, 구멍 등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라식 검사를 받다가 망막 문제를 미리 발견해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어, 검사 자체는 예방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Q. 눈을 다친 후 얼마나 지나면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나요?
A. 외상 직후에 바로 나타날 수도 있고, 구멍이 작은 경우에는 수개월 후에 망막박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험에서는 통상 외상 후 6개월 이내 발생한 망막박리에 대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에 충격을 받았다면 증상이 없어도 안과에서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아버지가 겪으셨던 일을 10여 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그때는 그냥 빨리 나으시길 바랐을 뿐, 그게 어떤 병인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망막박리는 증상이 뚜렷하게 오는 경우도 있지만, 구멍 위치에 따라 조용히 진행되다가 시야의 상당 부분을 잃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확실히 결론 내린 것은, 이 병은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대에 한 번, 40대에 한 번 안과 정밀 검진을 받아 망막 상태를 파악해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입니다. 비문증이나 광시증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다음 주 검진으로 미루지 말고 빠르게 안과를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도 이제 눈 건강을 훨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