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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 직후 안경을 처음 쓰던 날, 솔직히 처음엔 설레기도 했습니다. 안경 쓴 사람이 왠지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체육 시간, 비 오는 날, 실내외 온도 차가 생길 때마다 안경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20년이 넘게 안경을 쓰면서 시력교정 수술을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막상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안과 전문의의 강의를 꼼꼼히 뜯어보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던 수술의 원리와 차이를 처음으로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굴절이상이란 무엇이고 수술 전 뭘 봐야 하는가
제가 안경을 쓰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빛이 망막에 제대로 맺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걸 굴절이상(屈折異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굴절이상이란 눈에 들어온 빛이 각막과 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정확히 초점을 맺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근시는 초점이 망막 앞에, 원시는 망막 뒤에 맺히는 경우이고, 난시는 가로세로 굴절력이 달라 망막에 상이 여러 개 생기는 상태입니다.
저도 근시에 난시가 동반된 경우라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이래서 안경 도수가 두 개 이상 들어가 있었구나" 하는 걸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시력교정 수술의 목표는 이 굴절이상 수치를 0에 가깝게 만드는 것, 즉 정시(正視) 상태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체크리스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잔여 각막 두께인데, 수술 후 남는 각막 실질층이 최소 300~350마이크로미터 이상이어야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각막 지형도 검사를 통해 원추각막처럼 비정상적인 모양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무입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란 TGF-beta1 유전자 돌연변이로 각막 실질층에 하얀 과립 물질이 쌓이는 유전 질환인데, 국내 약 870명 중 1명꼴로 나타납니다. 수술 자극이 가해지면 케라토사이트(각막 내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혼탁이 급격히 진행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술 금기입니다(출처: Avellino DNA).
- 잔여 각막 두께: 300~350마이크로미터 이상 확보 필수
- 각막 모양: 지형도 검사로 원추각막·비대칭 여부 확인
- 각막이상증: 아벨리노 유니버셜 테스트로 5종 이상 확인 가능
- 굴절이상 외 망막·시신경 이상 여부도 별도 검사 필요
수술 비교, 숫자로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대학 입학 무렵 친구 한 명이 라식을 받고 "하루 이틀 만에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을 때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친구가 몇 년 뒤 야간 운전할 때 빛번짐 때문에 안경을 다시 쓴다는 말을 들으면서 선뜻 결정을 못 했습니다. 그때 제가 몰랐던 건 세 수술의 구조적 차이였습니다.
라섹은 각막 상피층을 제거한 뒤 엑시머 레이저로 실질층을 깎는 방식입니다. 엑시머 레이저란 자외선 영역의 레이저로, 조직을 태우지 않고 머리카락 두께(약 25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정밀하게 깎아내는 장비입니다. 상피를 벗기기 때문에 2~3일간 통증이 있고 회복도 3주 이상 걸릴 수 있지만, 잔여 각막을 가장 많이 남길 수 있고 구조적으로 가장 튼튼합니다. 수술 후 3~6개월간 스테로이드 안약을 점안해야 하고, 약 1% 확률로 안압 상승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라식은 각막 절편(플랩), 즉 각막 앞부분에 뚜껑을 만들어 젖힌 뒤 실질층을 깎고 다시 덮는 방식입니다. 통증이 거의 없고 다음날 바로 잘 보이지만, 그 절편이 완전히 아물지 않기 때문에 강한 외력이 가해지면 10년 뒤에도 열릴 위험이 있습니다. 라섹 대비 약 60마이크로미터 더 각막을 소모한다는 점도 수치로 분명한 단점입니다.
스마일라식(SMILE, Small Incision Lenticule Extraction)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실질 내부에 렌티큘이라는 렌즈 모양 조직을 만들고, 2밀리미터 이내 절개창으로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펨토초 레이저란 10의 마이너스 15승 초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펄스를 이용한 레이저로, 열 발생이 거의 없어 조직을 표면부터 깎지 않고 내부를 직접 가공할 수 있습니다. 라식보다 절개창이 작아 구조적 강성이 더 높고 건조증도 적습니다. 다만 원시 교정은 불가능하고, 근시 1디옵터 미만처럼 교정량이 너무 적으면 렌티큘이 너무 얇아 분리가 어렵다는 제약이 있습니다(출처: ZEISS VisuMax).
차세대 장비, 비쥬맥스의 한계를 넘다
스마일라식은 그동안 칼자이스의 비쥬맥스 장비만 독점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 장비에는 안구 회선(사이클로토션) 자동 보정 기능이 없었습니다. 사이클로토션이란 서 있을 때와 누웠을 때 눈이 약간 돌아가는 현상으로, 1도만 틀어져도 난시 교정 효과가 3.3% 줄어듭니다. 슈빈트사의 아토스(ATOS) 장비 기반 스마트사이트는 이 회선을 실시간 자동 보정하고, 렌티큘 엣지 설계 개선으로 잔여 각막을 약 15마이크로미터 더 남길 수 있는 티슈 세이빙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수치가 작아 보여도 각막 두께가 곧 안전의 마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차이입니다.
렌즈삽입술(ICL), 각막을 건드리지 않는 선택지
제가 수술을 계속 미뤄온 또 다른 이유는 "수술하고 몇 년 지나면 또 안경을 쓴다더라"는 주변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각막 성형술에서 발생하는 퇴행(退行), 즉 교정된 시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나빠지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렌즈삽입술은 완전히 다른 논리로 작동합니다.
ICL(Implantable Collamer Lens)은 각막을 절삭하지 않고, 홍채 뒷면과 수정체 앞면 사이 공간에 콜라머 재질의 렌즈를 넣는 방식입니다. 콜라머 재질은 특허·독점 소재로 매우 유연해 눈 안에서 불편감이 거의 없습니다. 각막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퇴행이 없고, 문제 발생 시 렌즈를 제거할 수 있다는 가역성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초기 모델에는 백내장과 녹내장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의 V4C·EVO+ 모델은 렌즈 중앙에 구멍을 뚫어 방수(房水)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서 이런 합병증 발생률을 극적으로 낮췄습니다. 방수란 안구 내부를 순환하는 액체로 안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기존 렌즈가 이 흐름을 막을 우려가 있어 홍채 절개술이 필요했습니다. 구멍 뚫린 최신 모델은 그 절개술 자체가 필요 없어졌고, 일본에서는 이미 각막 성형술보다 ICL을 선호하는 의사가 더 많다고 합니다.
다만 전방 깊이가 최소 2.7~2.8밀리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각막 내피세포 수가 충분해야 수술이 가능합니다. 렌즈 사이즈 선택도 중요한데, 너무 작으면 수정체와 접촉해 백내장이 생길 수 있고 너무 크면 각막 부종이 발생할 수 있어 정밀한 계측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라식 수술 후 야간 운전할 때 빛번짐이 심한가요?
A. 과거에는 레이저 정밀도 한계로 빛번짐이 꽤 있었지만, 현재는 블렌딩 존 처리와 웨이브프론트 기술 덕분에 대부분 수술 후 몇 달 내에 적응됩니다. 다만 야간 동공 크기가 광학부 직경(6~6.5mm)보다 큰 경우에는 여전히 산란이 생길 수 있어 수술 전 동공 크기 측정이 중요합니다.
Q. 난시가 심한 경우에도 시력교정 수술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다만 스마일라식의 경우 안구 회선 자동 보정 기능이 없는 기존 비쥬맥스 장비에서는 의사가 수동으로 보정해야 해서 숙련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난시처럼 축이 비스듬한 경우에는 렌즈가 고정된 알티플렉스 전방 렌즈 삽입술이 회전 걱정 없이 난시를 정확하게 교정하는 데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Q. 각막이 얇으면 무조건 수술을 못 하나요?
A. 각막 두께가 450마이크로미터 미만이라면 라식·라섹·스마일라식 같은 각막 성형술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막을 절삭하지 않는 ICL 렌즈삽입술이라면 각막 두께와 무관하게 수술이 가능합니다. 전방 깊이와 각막 내피세포 수 같은 별도 기준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Q.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면 나중에 노안이 와도 괜찮을까요?
A. 일반적으로 40대 이전에 수술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노안이 오면 수정체 조절력이 떨어져 멀리는 잘 보이더라도 가까이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술 자체를 못 받는 건 아니지만, 안경을 완전히 벗는다는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론
20년 넘게 안경을 쓰면서 수술을 미뤄온 제가 이번에 제대로 공부해보니, 막연한 두려움 이면에는 수술 간 차이를 몰랐던 게 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라섹·라식·스마일라식은 각막을 깎는 방식의 차이이고, ICL은 아예 각막을 손대지 않는 다른 카테고리입니다. 어떤 수술이 나에게 맞는지는 각막 두께, 굴절이상 도수, 각막 모양, 생활 방식을 종합해 의사와 상담해야 결정됩니다.
제 경우처럼 근시와 난시가 동반되어 있고 겁이 많다면, 회복 부담이 적으면서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인 스마일라식 계열이나 ICL을 우선 상담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안경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는 안과 의사의 말도 여전히 마음에 남습니다. 완벽한 수술은 없고 부작용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병원 상담 전에 이 글이 기초 정보 정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