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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이라는 말, 흔하게 들어봤지만 정작 '내 위염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동생이 위가 쓰리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위염 정도는 약 먹으면 낫는 거 아닌가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위염은 방치하면 조용히 깊어지는 병이었습니다.

위염 종류를 알아야 내 위가 보인다
위염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그냥 위가 좀 안 좋은 거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위내시경 결과를 받아 들고 나서 설명을 들어보니, 위염에도 종류가 있고 각각의 위험도가 전혀 다르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우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염의 99%는 만성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나 심한 외상 수술 등으로 생기지만, 일상에서 겪는 위염은 대부분 오랜 시간 쌓인 자극으로 생기는 만성형입니다.
만성 위염의 첫 단계는 표재성 위염입니다. 여기서 표재성이란 위 겉표면, 즉 점막 표면에만 염증이 생긴 상태를 의미합니다. 내시경으로 보면 위 점막에 붉은 선이 그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염증 세포가 밀집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위험도가 높진 않지만 만성 위염의 시작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이 단계부터 금주·금연과 식습관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다음 단계가 미란성 위염입니다. 미란이란 헐고 문드러졌다는 뜻으로, 내시경으로 보면 위 점막이 살짝 파인 상태로 관찰됩니다. 점막층을 넘어서 파이면 궤양이 되는데, 미란성 위염은 그 직전 단계입니다. 저희 동생이 받은 진단이 바로 이 미란성 위염이었습니다. 다행히 심하지 않은 상태였고, 식습관을 바꾼 뒤 금방 호전됐습니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이 위염을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입니다. 흔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문제입니다. 위염의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면 내 위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요.
- 표재성 위염: 만성 위염의 초기 단계. 점막 표면에 붉은 선이 관찰됨
- 미란성 위염: 점막층이 살짝 파인 상태. 치료하지 않으면 출혈이나 궤양으로 발전 가능
- 위축성 위염: 만성 염증이 반복돼 점막이 얇아진 상태. 위산 분비 감소
- 장상피화생: 위 점막 세포가 장의 상피 세포로 변한 상태. 위암 발생 확률이 건강한 위보다 2배 높음
위암으로 가는 길, 조용히 진행된다
위암이 위염과 관련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제 솔직한 반응은 '설마 그 정도까지?' 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만성 위염이 계속되면 위축성 위염으로 발전합니다. 위축성 위염이란 만성 염증이 반복되면서 위 점막이 점점 얇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내시경으로 보면 점막이 하얗게 보이고 그 아래 모세혈관이 비쳐 보일 정도입니다. 이 단계가 되면 위산 분비가 줄어드는데, 위산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것 외에 살균 역할도 합니다. 위산이 줄면 세균이 번식하기 더 쉬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위축성 위염을 검색하면 '위암 전단계'라는 말이 바로 나와서 겁을 먹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위암이 될 확률 자체는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위축성 위염이 지속되면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 세포가 사라지고 장의 상피 세포로 대체되는 현상입니다. 위 상피와 달리 장 상피는 위산 환경에 더 취약하고 외부 자극이나 화학 물질에 의한 세포 손상이 잘 일어납니다. DNA 변화가 축적되면 암성 변화로 이어질 수 있고, 건강한 위보다 위암 발생 확률이 2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무서웠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있어도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겁니다.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이, 위는 조용히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인은 이런 면에서 특히 고위험군입니다. 출처: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맵고 짠 음식 중심의 식문화, 반주 문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란 위 점막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한번 감염되면 자연적으로 치료되지 않고 만성 염증을 지속적으로 유발합니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권장량의 3배 이상이며, 이 경우 위암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위 건강 관리, 결국 일상의 문제다
동생이 위염 진단을 받고 나서 저희 집 식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국의 간을 조금 싱겁게 하고, 김치 국물을 덜어내고, 외식할 때 의식적으로 덜 짜게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엔 맛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사실 몇 주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위 건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인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술은 위장 운동을 방해하고 위 점막을 직접 손상시킵니다. 담배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물질의 분비 자체를 억제합니다. 반주 문화가 보편적인 한국에서는 '밥과 함께 한 잔'이 하루 세 번 위를 자극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위장약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습니다. 약을 먹고 속이 편해지면 나은 것 같다고 느끼기 쉽지만, 위장약은 주로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위산을 분비하는 위 점막 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과도한 위산으로 인한 자극을 줄여주는 것이고, 위 점막 보호제는 약 성분이 점막을 덮어 손상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증상을 없애는 것과 위염 자체를 낫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만성 위염은 원래 상태의 건강한 위로 완전히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더 이상 악화를 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확인됐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염증 반응을 멈추는 데 결정적입니다. 장상피화생이 이미 있다면 1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위내시경 검진의 의미는 단순히 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드물게 발생하는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 내시경 치료로 끝낼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으로 위내시경을 받았는데, 다행히 특이사항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솔직히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미뤄왔던 건데, 막상 결과를 받고 나니 왜 진작 안 받았나 싶었습니다. 국가 건강 검진에 위내시경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검진 덕분에 한국은 위암 발생률은 높지만 5년 생존율에서는 세계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염 진단을 받았는데 꼭 치료해야 하나요?
A. 증상이 없으면 당장 약을 먹을 필요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표재성 위염이나 미란성 위염이라도 원인이 되는 식습관, 음주, 흡연을 그대로 두면 더 깊은 단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제 동생도 처음엔 약 없이 식습관 조절만으로 호전됐는데, 그게 가능했던 건 초기에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Q. 위축성 위염은 정말 위암 전단계인가요?
A. 인터넷에 '위암 전단계'라고 나와 있어 놀라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위암이 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다만 건강한 위보다는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장상피화생이 생기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나요?
A.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 세포가 장의 상피 세포로 바뀐 상태로, 현재로서는 원래의 위 점막으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은 가능합니다. 금주·금연과 저염식을 유지하고,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제균 치료를 받으면 진행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위내시경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국가 건강 검진 기준으로는 만 40세 이상이면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이미 있다면 1년에 한 번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저도 이번 검진 이후 앞으로는 미루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결론
위염은 흔한 병이지만, 흔하다는 이유로 방치하면 조용히 깊어지는 병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위염의 종류를 모르면 내 위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표재성 위염에서 미란성, 위축성,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알고 나서야 왜 식습관 관리와 정기 검진이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짜게 먹는 습관과 음주를 지금 당장 조금씩 줄이는 것, 다른 하나는 국가 건강 검진의 위내시경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도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감염이 확인됐다면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만성 위염의 진행을 막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