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족저근막염 환자의 상당수가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은 경우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도 학생 때 발바닥이 찌릿찌릿 아파서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었는데, 솔직히 그때는 그냥 염증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단순 염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조금 뒤늦게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족저근막염, 사실 '퇴행성 변화'
발바닥이 아프면 흔히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여기서 족저근막(plantar fascia)이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뿌리까지 이어지는 발바닥 맨 아래쪽의 결합 조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발의 아치를 유지하면서 걸을 때마다 충격을 분산시켜 주는 구조물입니다.
그런데 "염(炎)", 즉 염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서 저도 처음에는 당연히 염증을 없애면 낫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 약 먹고 물리치료 받으면 나아진다고 하셨고, 실제로 그 당시에는 금방 나아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 수술 사례에서 조직을 분석해 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염증 세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콜라겐 괴사, 점액성 퇴행, 섬유화 같은 변화가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섬유화란 조직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변성 과정을 의미합니다. 2003년 만성 족저근막염 조직 분석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고, 최근 임상 진료 지침에서도 이를 퇴행성 진행으로 분류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출처: PubMed Central - Plantar Fasciitis).
제가 이 부분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 때 치료하고 낫긴 했지만, 그게 '완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퇴행성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염증만 잡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조직이 손상되고 회복되는 과정 자체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 초기(발병 3~4주 이내): 손상 회복 과정에서 일부 염증 반응 동반 가능
- 만성화 이후: 염증보다 섬유화·콜라겐 변성·점액성 퇴행이 주된 변화
- 반복 손상과 회복 부전이 쌓이며 골극(뒤꿈치 뼈가 뾰족하게 자라는 현상) 형성으로 이어지기도 함
종아리를 치료하는 이유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도 조금 의아했습니다. 발바닥이 아픈데 왜 종아리를 치료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발바닥의 족저근막은 아킬레스건, 종아리 근육과 하나의 연결 고리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종아리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굳어 있으면 이 장력(tension)이 아킬레스건을 거쳐 족저근막까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장력이란 조직이 잡아당겨지는 힘을 의미하는데, 이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족저근막에 미세 손상이 쌓이게 됩니다.
제 경험상 발바닥이 아팠던 시기를 돌이켜보면 종아리가 항상 뭔가 뻐근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운동 후 근육통이겠거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종아리 근육 자체가 굳어 있던 게 발바닥 통증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종아리 근육이 굳어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쭉 편 상태에서 발목을 최대한 몸 쪽으로 당겨보고, 그다음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같은 동작을 해봅니다. 이 두 상태에서 발목이 당겨지는 각도에 큰 차이가 있다면 종아리 근육이 단축되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한 벽에 기대어 뒤쪽 다리를 뒤로 빼면서 뒤꿈치를 바닥에 붙이려 할 때 종아리가 심하게 당긴다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막(fascia)이라는 조직 자체도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근막이란 근육을 감싸는 결합 조직의 막으로, 단순히 근육을 둘러싸는 것을 넘어 신경·혈관과 함께 우리 몸 전체의 움직임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힘줄이 한 방향으로만 주행하는 것과 달리, 근막은 다층 구조로 여러 방향을 지지하기 때문에 한 부위가 굳으면 그 영향이 연결된 다른 부위까지 파급될 수 있습니다.
힐레이즈 운동
족저근막염 치료를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테로이드 주사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빠르게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효과가 대체로 4주 안팎의 단기 효과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더 걱정되는 건 반복 투여 시의 부작용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섬유 아세포(fibroblast)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섬유 아세포란 콜라겐을 만들어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세포입니다. 즉, 주사가 통증은 줄여주지만 조직이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도 함께 억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3년 족저근막염 관련 리뷰 논문에서도 반복 투여 시 지방 패드 위축, 족저근막 파열 위험 증가를 잠재적 합병증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JOSPT -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2023년 미국 족부 임상 진료 지침에서는 고부하 강화 운동과 드라이 니들링(침 치료)을 적극 권장 등급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드라이 니들링이란 침을 이용해 딱딱하게 굳은 근육의 통증 유발점을 자극하여 이완을 유도하는 치료법입니다.
운동 측면에서는 힐레이즈(heel raise) 운동이 권장됩니다. 이 운동은 원래 아킬레스건염 치료를 위해 알프레드슨(Alfredson)이 개발한 방법을 족저근막염에 맞게 변형한 것입니다. 방법은 두꺼운 책이나 요가 블록 위에 서서 발가락 아래 수건을 받치고, 뒤꿈치를 천천히 내렸다가 최대한 올린 뒤 5초에 걸쳐 천천히 내려오는 동작입니다. 발가락을 들어 올려 장력을 높인 상태로 운동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동작 하나에 등척성(isometric) 운동, 구심성(concentric) 운동, 편심성(eccentric) 운동이 모두 포함됩니다. 편심성 운동이란 근육이 힘을 내면서 동시에 늘어나는 동작으로, 힘줄과 근막의 재형성을 유도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48명을 대상으로 12개월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이 운동법이 장기적인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침에 첫발을 내딛을 때 특히 더 아픈 이유가 뭔가요?
A. 밤새 쉬는 동안 족저근막과 종아리 근육으로의 혈류가 줄어들면서 조직이 뻣뻣하게 짧아진 상태가 됩니다. 여기에 갑자기 체중이 실리면 장력이 집중되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 종아리와 발바닥을 먼저 부드럽게 스트레칭해 주는 것이 이 증상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Q. 쉬면 낫는 것 같다가 왜 자꾸 재발하는 건가요?
A. 족저근막염은 단순 염증이 아닌 반복 손상과 회복 부전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냥 쉰다고 해서 발의 아치 문제, 종아리 근육의 경직, 보행 패턴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통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져도 근본 원인이 그대로라면 다시 무리했을 때 금방 재발하는 구조입니다.
Q. 스테로이드 주사를 이미 여러 번 맞았는데 계속 맞아도 되나요?
A. 반복 투여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상 연구에서 족저근막 파열 환자의 80% 이상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이력과 관련이 있었다는 결과가 있고, 지방 패드 위축 같은 구조적 손상 위험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 단기 옵션으로는 활용할 수 있지만, 반복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Q. 힐레이즈 운동은 통증이 심할 때도 해도 되나요?
A. 통증이 매우 심한 급성기에는 편심성 운동보다 등척성 운동, 즉 근육을 수축시키되 움직임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안전합니다. 증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 단계적으로 힐레이즈 운동의 범위를 늘려가는 것이 조직 회복에 더 유리합니다.
Q. 족저근막염과 힐패드 증후군,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족저근막염은 아침 첫발 통증이 두드러지고 발뒤꿈치 안쪽 지점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반면, 힐패드 증후군은 딱딱한 바닥을 걸을 때나 오래 서 있을 때 발뒤꿈치 정중앙을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편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 투여한 이후 통증 양상이나 위치가 바뀌었다면 힐패드 증후군을 함께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학생 때 발바닥이 찌릿하게 아팠던 그 경험이 제게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그게 꽤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방치하거나 주사만 반복해서 맞았다면 만성으로 굳어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족저근막염은 이름에 속으면 안 됩니다. 염증이 아닌 퇴행성 변화로 보는 시각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고, 그 출발점은 대부분 종아리 근육의 경직에 있습니다. 치료의 방향도 단기 통증 억제보다는 조직을 부드럽게 유지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재발 방지에 훨씬 실질적입니다. 힐레이즈 운동 하나라도 꾸준히 해보는 것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