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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비염을 그냥 '좀 불편한 감기 같은 것' 정도로만 여겨왔습니다.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나도, 아프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코 안에서 종양이 자라도 초기에는 비염이나 부비동염과 거의 구별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제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코 종양 증상이 숨어 있다
저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꽤 오래 앓고 있습니다. 봄철 꽃가루, 초겨울의 찬 공기, 먼지가 조금만 많아도 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조용한 회의실에서 혼자 훌쩍이는 상황이 너무 민망해서 휴지를 손에 꼭 쥐고 다니던 적도 있었죠. 그때는 "그냥 비염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이게 혹시 다른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쩍 들기도 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비염 증상과 코 종양 초기 증상을 스스로 구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비부비동암(sinonasal cancer)이란 코 내부와 코 주변의 부비동 — 쉽게 말해 코 뼈 안에 공기로 채워진 빈 공간들 — 에 발생하는 암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암이 초기에는 코막힘, 콧물, 얼굴이 답답한 느낌처럼 흔한 부비동염 증상과 거의 똑같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방심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이상하다'고 느껴야 할까요?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신호는 증상이 한쪽 코에서만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비염이나 부비동염은 양쪽 코에서 비슷하게 오는 경우가 많지만, 종양은 대개 한쪽에서 시작합니다. 거기에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온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 신호만 알고 있어도 반응 속도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비인두암(nasopharyngeal carcinoma)은 또 다릅니다. 비인두란 코 뒤쪽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공간을 말합니다. 이 부위는 귀와 연결된 이관(耳管) — 귀와 코인두를 잇는 가느다란 관 — 과 가까이 있어서, 이쪽에 종양이 생기면 첫 증상이 귀가 먹먹하거나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 증상이 아니라 귀 증상으로 시작하니, 이비인후과가 아닌 다른 곳을 먼저 가거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거죠.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시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치료를 받는데도 증상이 오히려 악화된다면 단순 염증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비동염인 줄 알고 수술을 했는데 조직검사에서 암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실제로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적잖이 놀랐습니다.
- 한쪽 코에만 코막힘·콧물 증상이 지속될 때
-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올 때
- 귀가 먹먹하거나 한쪽 청력이 떨어질 때
-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시력 변화가 생길 때
- 치료 중인데도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추가될 때
비염 관리와 정기 검진, 제가 바꾼 것들
저는 어머니도 저와 똑같은 상황에서 콧물이 나고 재채기를 하십니다. 그래서 제 비염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 생각해왔는데, 재미있는 점은 어렸을 때는 이런 증상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성인이 되면서 점점 심해졌고, 지금은 꽤 일상적인 불편함이 됐습니다.
그동안 관리라고 해봤자 집 안 청소를 자주 해서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고, 꽃가루 심한 날에는 알레르기 약을 먹고,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도록 가디건을 챙겨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치료보다는 '대처'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그런데 코가 단순히 숨만 쉬는 기관이 아니라, 들어오는 공기를 가온·가습하고 냄새를 맡으며 눈·뇌와도 인접해 있는 복잡한 구조라는 걸 새삼 떠올리니, 그냥 방치해도 되는 기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에 생기는 암의 원인으로는 직업적 분진 노출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목재 분진이나 니켈, 크롬 같은 금속·화학 물질을 다루는 직업군에서 비부비동암 발생률이 높다고 보고돼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도 알려진 그 바이러스입니다 — 감염이 일부 비부비동암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비인두암의 경우 EBV(엡스타인-바 바이러스) — 흔히 '키싱 디지즈'라 불리는 단핵구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비인두암과의 연관성이 높습니다 — 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국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만성 부비동염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부비동암 발생률이 약 1.8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만성 염증 자체가 암 발생 환경을 만들 수 있고, 흡연이나 미세먼지 같은 공통 노출 인자도 함께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공장에서 분진을 다루는 건 아니지만, 도심 도로 옆을 자주 걷고 환기가 안 된 공간에 있는 시간도 적지 않으니 남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코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코의 날'을 지정하고,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연 1~2회 정기 검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특히 50~60대 남성은 비부비동암 발생률이 두 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이 연령대에 해당하거나 직업적 노출 이력이 있는 분이라면 정기 검진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코 점막을 마취한 뒤 내시경을 삽입해 비인두 깊숙한 곳까지 직접 관찰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합니다. 아프다고 소문난 검사도 아니고, 시간도 그리 걸리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비인후과는 코감기나 중이염이 생겼을 때만 찾는 곳이었는데, 앞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어도 한 번씩 들르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코 세척을 꾸준히 하고, 미세먼지 심한 날에는 분진 차단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쓰는 것도 이왕이면 지금부터 실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염이 오래되면 코 종양으로 발전하나요?
A. 비염 자체가 직접 암으로 발전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만성 부비동염 환자에서 비부비동암 발생률이 약 1.8배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만성 염증 환경 자체와 흡연·미세먼지 같은 공통 노출 인자가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비염이 있다고 반드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증상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코 종양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이 뭔가요?
A. 가장 중요한 신호는 한쪽 코에서만 증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피가 섞인 분비물, 목에 만져지는 멍울, 한쪽 귀가 먹먹하거나 청력이 떨어지는 느낌, 시력 변화가 동반된다면 빠르게 이비인후과를 찾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중인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신호입니다.
Q. 비인두암은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나요?
A. 비인두암은 동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중국·홍콩에서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EBV(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과의 연관성이 높고, 소금에 절인 젓갈류나 훈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도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적·유전적 감수성이 있는 분일수록 귀 먹먹함 같은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비인후과 정기 검진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연 1~2회 정기 검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50~60대 남성이거나 목재 분진, 니켈·크롬 등 금속 화학 물질에 직업적으로 노출된 경우라면 정기 검진이 더욱 중요합니다. 별다른 위험 요인이 없더라도 코 증상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내시경 검사를 받아두는 것이 안심이 됩니다.
결론
비염을 오래 달고 살면서 '어차피 안 낫는 거, 그냥 관리나 하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코가 눈·뇌와 인접한 복잡한 기관이고, 증상 하나를 방치하다가 뒤늦게 종양을 발견하는 일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쪽 코에서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면 바로 이비인후과를 찾겠다는 기준 하나는 확실히 생겼습니다. 미세먼지 심한 날의 마스크 착용, 꾸준한 코 세척도 이왕이면 지금부터 습관으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그리고 올해 안에 한 번, 아무 증상이 없어도 이비인후과 내시경 검진을 받아볼 생각입니다. 아는 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