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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파킨슨병을 처음 알게 된 게 초등학교 때 읽은 스티븐 호킹 박사 이야기였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컴퓨터로만 소통하던 그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파킨슨병은 곧 "몸이 굳어가는 불치병"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신경외과 교수로 30년을 살다가 정작 본인이 파킨슨병 환자가 된 분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알고 있던 것이 얼마나 표면적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진단, 의사도 자기 병을 못 알아봤다
가톨릭 의대 신경외과 교수로 약 30년을 근무한 박춘근 교수는 2020년 파킨슨병 확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진단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수개월 다녔고, 걸음 속도가 느려지고 오른쪽 팔다리 움직임이 줄었음에도 본인은 한동안 파킨슨병이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었습니다.
주변에서 먼저 알아봤습니다. 터키 출신 동료의 부인(신경과 전문의)이 먼저 파킨슨 가능성을 언급했고, 본인이 직접 키운 조교수까지 찾아와 파킨슨 약을 써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래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외과의사가 파킨슨병에 걸릴 리 없다"는 편견이 그만큼 강했던 것입니다.
결국 신경과에서 PET 스캔(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을 시행했습니다. PET 스캔이란 체내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투여해 특정 물질의 분포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로, 파킨슨병 진단에서는 뇌의 도파민 분포를 측정하는 데 씁니다. 진단율이 95%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검사 결과 왼쪽 뇌의 도파민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고, 확진이 내려졌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놀란 것은, 30년 경력의 신경외과 교수조차 자기 몸에서 나타나는 전구 증상(prodromal symptom, 본격적인 발병 전에 선행하는 초기 신호)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전구 증상이란 병이 완전히 발현되기 전 나타나는 선행 신호를 말하는데, 박 교수의 경우 확진 4년 전부터 극심한 변비가 있었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낙상하는 렘수면행동장애(RBD, Rapid Eye Movement Sleep Behavior Disorder)도 반복됐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란 꿈을 꾸는 수면 단계에서 몸을 억제하는 기능이 무너져 실제로 몸이 움직이는 현상으로,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비운동 전구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쳤습니다.
- 파킨슨병의 대표 운동 증상 4가지: 손 떨림(진전),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운동 완서(동작이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것)
- 대표 비운동 증상: 변비, 수면장애(렘수면행동장애), 소변 장애, 우울증, 인지 저하
- 50대 이상에서 비운동 증상이 두 가지 이상 겹칠 경우 신경과 검진을 권장한다는 최신 연구들이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운동증상, 전부가 아니고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킨슨병 하면 손 떨림과 경직만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다양한 경로로 일상을 무너뜨리더군요. 젓가락을 잡으려 해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음식을 삼킬 때 두 모금째부터 기도로 넘어가는 연하장애(dysphagia, 삼킴 장애)가 생깁니다. 연하장애란 음식이나 액체를 정상적으로 삼키지 못하는 상태로, 파킨슨병에서는 삼킴에 관여하는 소근육들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합니다.
척추 변형도 상당히 충격적인 증상이었습니다. 머리가 앞으로 처지고 목이 심하게 틀어져서 상대방 얼굴이 아닌 발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까지 진행되기도 합니다. 박 교수 본인이 그런 환자를 보면 즉시 수술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수술 대신 6개월간 물리치료를 선택했고 거의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고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수술 명의가 칼 대신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자기 척추를 되돌렸다는 사실이, 파킨슨 증상 관리에서 재활치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보행동결(freezing of gait)도 있습니다. 보행동결이란 걷다가 갑자기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으로,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환경(화장실 안, 사람 많은 공간 등)에서 특히 자주 발생합니다. 박 교수는 코로나 감염 이후 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결국 응급 입원까지 이르렀고, 이후로 아직도 회복 중이라고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파킨슨병을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 중 유병 인구 기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제 경험상 이런 정보들은 의료진보다 오히려 당사자와 가족이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도 배울 때 운동 증상 네 가지만 배우고 비운동 증상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 실제로 파킨슨 전문 신경외과 교수가 직접 밝힌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희망, 불치병이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파킨슨병의 정식 명칭 앞에는 영어로 'idiopathic'이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idiopathic이란 "원인 불명"을 뜻하는 의학 용어로, 수십 년의 연구에도 아직까지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유전적 요인, 환경 독소 노출, 산화 스트레스 등 여러 가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원인을 모르니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박 교수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납득이 된 것은 감성적인 위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논리가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증상이 생겼을 때 방치하면 증상이 겹치고 악화 속도가 빨라지지만, 그때그때 치료하면 증상이 억제되고 삶의 질이 올라가며 수명이 연장됩니다. 그 연장된 시간 안에 치료법이 나올 가능성이 생깁니다.
현재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치료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줄기세포 이식술로, 손상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줄기세포로 보충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없어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다른 하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염색체 변이를 교정하는 유전자 치료 접근법입니다. 동물 실험 단계에서 일부 가능성이 확인됐고,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건 따로 있습니다. "하나님, 이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는 고백입니다. 신앙인이고 30년 경력 교수인 분이 그 정도로 삶의 의욕을 잃었다가, 큰딸의 말 한마디에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는 흐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환자가 됐을 때 비로소 환자의 시선으로 자기 병을 보게 됐다는 이야기는, 의료 정보를 넘어서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킨슨병 초기 증상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손 떨림이나 경직 같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수년간 변비·수면 중 발버둥(렘수면행동장애)·후각 저하·우울감 같은 비운동 증상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50대 이상에서 이런 증상이 두 가지 이상 겹친다면 신경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Q. 파킨슨병은 유전되나요?
A. 일부 유전자 변이(LRRK2, PINK1 등)가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파킨슨병은 원인 불명(idiopathic)으로 분류됩니다. 유전적 요인이 단독으로 작용하기보다는 환경적 요인이나 스트레스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가설이 현재 연구의 주류입니다.
Q.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A. 현재는 도파민 보충을 통한 증상 조절이 핵심 치료입니다. 여기에 작업치료·운동치료·연하장애 치료·음성치료 등 재활의학과 프로그램이 병행됩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꾸준한 재활치료로 삶의 질을 유지하고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Q. 파킨슨병과 스트레스가 관계가 있나요?
A. 최근 일부 연구에서 50대 이전 발병하는 젊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장기간 극심한 스트레스가 선행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도파민 분비를 방해하고 신경 퇴행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아직 확정된 인과관계는 아니고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Q. 파킨슨병 환자가 가족이라면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A. 새로운 증상이 생겼을 때 "원래 그런 병이니까"라고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겹칠수록 악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연하장애·보행동결·수면장애 등 새로운 증상이 보이면 해당 분야의 재활 치료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역할입니다.
결론
초등학생 때 스티븐 호킹 박사 책으로 파킨슨병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저는 이 병을 "몸이 굳어가는 것"으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접한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넓은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비운동 증상이 수년 전부터 선행하고, 연하장애나 보행동결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상이 무너지며, 심리적인 붕괴와 회복의 과정까지 파킨슨병이라는 병 안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어떤 병이든 당사자의 언어로 기록된 이야기가 교과서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파킨슨병에 대해 더 알고 싶거나, 주변에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분이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 상담을 가장 먼저 권합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 시작도 늦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