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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하다가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중간에 멈춰본 적이 있습니다. 30대 중반인데 이게 맞나 싶었죠. 빙판에서 넘어진 적도 있고, 살이 좀 찐 것도 있고, 자세가 항상 구부정하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몰랐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허리는 운동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 정확히는, 잘못된 운동이 오히려 디스크를 더 찢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 글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정리한 기록입니다.

디스크 손상, 왜 생기는 걸까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 흔히 "디스크 아니야?"라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디스크가 어떻게 손상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무거운 걸 잘못 들면 디스크가 터진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충격 흡수 구조물입니다. 여기서 섬유륜(annulus fibrosus)이란, 디스크의 바깥을 감싸는 여러 겹의 강한 껍질을 말합니다. 그 안에는 젤리 형태의 수핵(nucleus pulposus)이 들어 있는데, 수핵이란 압력을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속 내용물입니다. 이 두 구조가 손상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한 번의 강한 충격, 작은 힘의 누적, 그리고 나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 김장날 배추 300포기를 내리다 디스크가 터졌다는 사례처럼, 작은 힘도 반복되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섬유륜을 찢어냅니다.
서 있을 때보다 허리를 구부린 상태로 앉으면 디스크 내 압력이 약 50%,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으면 80% 이상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제가 직접 써봤는데, 등을 기대지 않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으면 한 시간도 안 돼서 허리가 뻐근해지는 게 딱 이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오래 낫지 않는 걸까요. 섬유륜이 찢어지면 그 상처가 아물려면 가만히 두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아픈 와중에도 계속 허리를 구부리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찢어진 상처를 매일 다시 벌리는 셈입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지 뉴잉글랜드 저널에 실린 논문도 요통의 93%가 디스크 손상에서 비롯된다고 보고했습니다(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척추관 협착증이나 전방 전위증도 결국 그 근저에는 디스크 손상이 있다는 겁니다.
- 한 번의 강한 충격 — 무거운 물건을 갑자기 들 때
- 작은 힘의 누적 — 반복적인 구부리는 동작이 쌓일 때
- 지속적인 나쁜 자세 — 구부정하게 오래 앉아 있을 때
요추 전만이 답인 이유
솔직히 말하면, 처음 요추 전만(lumbar lordosis)이라는 개념을 들었을 때 "그냥 허리 좀 펴라는 소리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추 전만이란, 허리 쪽 척추가 앞으로 볼록하게 굽은 C자형 배열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배를 살짝 앞으로 내밀고 가슴을 열었을 때 옆에서 보면 허리가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는 자세입니다. 이게 그냥 보기 좋은 자세가 아니라, 찢어진 섬유륜이 서로 붙도록 돕는 치유 자세라는 게 핵심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섬유륜이 찢어지면 그 상처에서 염증 물질이 생깁니다. 이 염증 물질은 통증을 일으키는 동시에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피부 상처에 딱지가 지듯이요. 그런데 이 상처가 붙으려면 상처 면이 서로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요추 전만 자세는 수핵이 앞쪽으로 밀리게 해서 찢어진 뒤쪽 섬유륜이 압박을 받아 맞붙을 수 있게 합니다. 반대로 허리를 구부리면 상처 면이 벌어지면서 아무는 걸 방해합니다. 반창고를 붙여놓고 계속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예상 밖이었던 건 디스크가 실제로 저절로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방사통 환자 77명을 추적한 실험에서 49명은 탈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줄었고, 10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수술 없이 말입니다. 물론 이게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요추 전만 자세를 유지해서 디스크가 붙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방사통(radiculopathy)이란, 탈출된 디스크에서 흘러나온 염증 물질이 신경뿌리(배측 신경절)에 닿아 허리에서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통증이 뻗치는 증상입니다. 단순히 허리가 아픈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입니다. 이 배측 신경절이란 신경뿌리 뒤쪽에 위치한 감각 신경 세포들의 집합체로, 다양한 감각 신호가 모두 모이는 곳이라 거기에 염증이 생기면 저림, 화끈거림, 찌르는 듯한 통증 등 온갖 기이한 감각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제 경험상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다는 분들은 이 방사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척추 위생,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는가
척추 위생(spinal hygiene)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좀 낯설었습니다. 척추 위생이란, 코로나 때 손을 씻듯이 허리를 나쁜 자세와 나쁜 움직임으로부터 지키는 일상적인 습관 전반을 가리킵니다. 요추 전만 자세를 24시간 유지하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문제는 하루 종일 그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엎드려서 하는 신전 동작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자기 전에 각 5~10분씩 하면 됩니다. 서서 또는 앉아서 하는 신전 동작은 30분에 한 번, 5초씩 5회를 반복하는 것이 기준입니다. 중요한 건 통증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신전할 때 방사통이 생긴다면 그 각도에서는 멈추고 덜 젖히는 방향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앉아서 하는 신전이 제일 빠뜨리기 쉬웠습니다.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 있는 거죠. 이걸 해결하려고 알람을 맞춰두고 있는데, 처음엔 번거로웠지만 지금은 그냥 루틴이 됐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피해야 할 동작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허리를 강화한다고 하는 운동들이 오히려 디스크를 더 찢는 원인이 됩니다. 제가 직접 아차 싶었던 것들이 여기 다 들어 있었습니다.
디스크 손상 환자에게 절대 금물인 동작
아래 동작들은 일반적으로 허리 강화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찢어진 디스크가 있는 상태에서는 독이 됩니다.
- 무릎을 세우고 등으로 바닥을 누르는 동작 — 허리를 과도하게 굴곡시킵니다
- 누운 채 한쪽 다리를 끌어올리는 운동 — 섬유륜에 직접 압력이 가해집니다
- 앉아서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스트레칭 — 수핵을 뒤쪽으로 밀어냅니다
- 엎드려 허리를 위로 올리는 고양이 자세 — 섬유륜 뒤쪽을 벌립니다
- 윗몸일으키기 — 디스크 내 압력을 급격히 높입니다
물건을 주울 때도 허리를 그냥 숙이지 않고, 요추 전만 상태를 유지한 채 무릎을 굽히거나 런지 자세를 활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 3~4주 자세 교정 프로젝트에 참여한 환자 10명의 데이터를 보면, 허리 통증 지수는 평균 47%, 생활 불편 지수는 38% 감소했습니다. 운동을 더 한 것이 아니라 나쁜 운동을 그만두고 좋은 자세를 유지한 것만으로 나온 수치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나쁜 스트레칭만 멈췄더니 며칠 만에 아침 기상 때 허리 뻣뻣함이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리 디스크가 있으면 걷기 운동도 하면 안 되나요?
A. 걷기 자체는 디스크 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걷고 난 뒤 반드시 충분히 누워서 쉬어야 합니다. 걷는 것이 납품이라면, 쉬는 것이 수금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걷기만 하고 쉬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Q. 요추 전만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A. 신전 동작 중 방사통이 느껴진다면 그 각도에서는 즉시 멈추는 것이 맞습니다. 통증이 없는 범위 안에서 각도를 줄여 시작하고, 통증이 가라앉고 난 뒤 범위를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참으면서 억지로 젖히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Q. 척추관 협착증도 자세 교정으로 나을 수 있나요?
A. 척추관 협착증이 심한 환자 100명 중 83명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척추관이 좁아진 것 자체보다 그 상태에서 추가로 발생한 디스크 손상이 통증의 실제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협착증 환자에게도 요추 전만 자세 유지와 척추 위생은 통증 완화에 유효한 접근입니다.
Q. 목 통증도 허리 디스크와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나요?
A. 원리는 동일합니다. 경추 신전 자세, 즉 가슴을 열고 견갑골을 뒤로 붙인 뒤 턱을 살짝 들어 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이 목 디스크 자연 치유를 돕습니다. 다만 허리(요추 전만)와 흉추가 먼저 바로 선 상태에서 해야 하며, 과도하게 젖히면 척추 동맥이 눌려 뇌졸중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벽과 천장 모서리가 보일 정도의 각도면 충분합니다.
Q. 잠잘 때 자세도 중요한가요?
A. 찢어진 디스크가 가장 많이 아무는 시간이 수면 중입니다. 그래서 자는 동안 요추 전만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리 아래에 쿠션을 받쳐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쿠션은 딱딱하지 않고 푹신한 재질로, 아프지 않은 선에서 높이를 조절하면 됩니다.
결론
허리 통증을 고치겠다고 열심히 운동한 분들이 오히려 더 나빠져서 병원을 찾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제 경우도 스트레칭을 꾸준히 했는데 개선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 스트레칭 자체가 디스크를 찢는 동작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을 늘 했는데, 사실은 알고 있는 것 자체가 틀려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 당장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쁜 운동을 그만두는 것, 그리고 30분에 한 번 5초씩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것. 이 두 가지만 시작해도 수치상 확인된 변화가 생깁니다. 디스크는 스스로 아무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힘을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도 지금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