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생아 때 태어나자마자 2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뇌수막염인 줄만 알았더니 정확히는 뇌막염이었다고 합니다. 그 차이를 최근에야 제대로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뇌수막염이라는 질환이 소아에게도, 성인에게도 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그냥 넘길 주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다양한 원인의 뇌수막염, 뇌막염이랑 같은 거 아닌가요?저도 오랫동안 뇌수막염과 뇌막염을 같은 말로 썼습니다. 엄마가 "너 태어나자마자 뇌막염으로 입원했었어"라고 했을 때, 뉴스에서 자주 듣던 뇌수막염과 같은 병인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알아보니 미묘하게 다른 개념이었습니다.뇌수막염(meningitis)은 뇌를 감싸고..
2021년 기준 국내 진폐증 수급자는 약 18,000명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진폐증은 이미 사라져 가는 과거의 병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연탄공장 작업자들의 이야기를 보다가 처음으로 이 질환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했는데, 그게 제가 진폐증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시작점이 되었습니다.분진 침착, 분진이 폐 속에 쌓이는 과정진폐증(pneumoconiosis)이란 광물성 분진을 장기간 흡입하여 폐 조직에 축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만성적인 조직 반응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직업성 폐 질환입니다. 여기서 섬유화(fibrosis)란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현상으로, 폐의 탄성이 줄어들고 가스 교환 능력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제가 처음 ..
제 동생이 중학교 입학 직후 친구들과 놀다 갑자기 발 뒤쪽이 아프다고 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그냥 좀 삐끗한 거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온 동생이 반깁스 형태의 지지대를 끼고 소염진통제를 챙겨 먹으며 몇 주를 보내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게 단순한 타박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킬레스건염은 걷는 것 자체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질환입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원인과 경로로 생기고, 치료 결과도 케이스마다 크게 다릅니다.계절 요인 — 왜 계절마다 아킬레스건 환자가 달라질까일반적으로 아킬레스건 하면 파열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 파열과 염증의 계절 패턴이 꽤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파열 환자는 봄철인 3월에서 6월 사이에 급증합니다. 겨울 동안 운동..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혈우병을 배우면서 "피가 안 멈추는 병"이라고만 알았는데, 최근 방송에서 혈우병 환자를 보고 다시 찾아보니 제가 알던 것과 실제 치료 현실 사이의 간극이 꽤 크더라고요. 외부 출혈보다 내부 출혈이 더 위험하다는 것도, 자연적으로 아무런 충격 없이 관절 안에서 피가 고인다는 것도 처음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치료제는 이미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고, 목표도 "살리는 것"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응고인자, 1%와 100% 사이의 간극제가 처음 혈우병을 배울 때는 "피가 응고되지 않는다"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파고들어 보니 이야기가 훨씬 복잡했습니다. 우리 몸의 지혈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혈소판이 상처를 임시로 ..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TSH 수치가 기준 범위를 벗어났다는 소견을 받으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입니다. 저도 작년 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유소견을 받고 나서야 이 조그만 기관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막상 파고들어 보니 모르면 놓치기 쉬운 핵심 정보들이 꽤 많았습니다.갑상선 검사 수치, 뭘 먼저 봐야 하나검진 결과지를 펼쳐 보면 TSH, Free T4, T3라는 세 가지 수치가 함께 나옵니다. 그런데 이 셋의 관계를 모르면 결과를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TSH가 높으면 갑상선 기능이 활발한 거 아닌가?" 하고 착각했습니다.가장 먼저 봐야 하는 건 유리싸이록신(Free T4)입니다. Free T4란 혈중에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은 채 떠돌아다니는 갑상선 호르..
아는 분이 갑자기 황달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저희 아버지 친구분이 그랬습니다. 별다른 통증도 없이 잘 지내시던 분이었는데, 진단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부터 췌장암이라는 병이 제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최근 이 주제를 제대로 파고들면서 그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초기 증상이 너무 모호하고, 발견됐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초기증상 — 왜 이렇게 늦게 발견될까췌장암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상당수는 처음에 소화불량이나 체중 감소, 혹은 등 쪽의 묵직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단순히 체한 것으로 오인해 소화제만 먹고 버팁니다. 제가 ..